애플은 2014년 ‘프로젝트 타이탄’이란 이름으로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섰습니다. 내부 의견 충돌로 프로젝트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2016년 인력을 정리하고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로 방향을 틀었으나 애플이 2018년 더그필드 테슬라 수석 엔지니어링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전문가를 연이어 스카우트하면서 애플카 제작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바 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애플이 오는 2024년 자체 개발한 배터리가 탑재된 자율주행 차량 생산 계획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애플의 자율주행차 ‘애플카’의 3차원(3D) 렌더링 예상 이미지가 공개됐습니다. 2024년 정식 출시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혁신의 상징이 된 애플이 내놓을 첫 자율주행차에 벌써 시장의 이목이 쏠립니다.
네덜란드IT 전문매체 렛츠고디지털(LETSGO DIGITAL)은 유명 3차원 디자이너 저메인 스밋(Jermaine Smit)과 함께 애플카의 예상 모습을 3D로 제작, 공개했습니다. 렌더링 영상을 보면 애플카는 차량 앞면 창부터 지붕, 뒷면 창까지 곡선 형태로 매끈하게 연결된 것이 특징입니다. 차량 앞면에 애플 로고가 부착돼 상공에서 보면 큰 아이폰 디스플레이를 연상케 하는 모습입니다. 커진 창으로 운전자와 조수석의 시야가 더욱더 넓게 확보돼, 안정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지난 2014년부터 코드명 ‘프로젝트 타이탄(Project Titan)’으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해왔습니다. 한때 애플이 자율주행 사업을 접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애플은 자율주행 스타트업 ‘Drive.ai’ 등을 인수하며 자율주행 사업에 계속해서 힘을 실었습니다. 관련 특허, 상표, 서비스 등도 계속해서 등장했습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애플 카플레이(Applecarplay)’가 대표적입니다. 차량에서 메시지 전송, 음악 재생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애플카는 2024년경 본격적인 상용화가 될 것으로 외신 등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최첨단 배터리가 탑재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애플이 2024년까지 자체 설계 배터리를 탑재한 자율주행차를 생산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애플 주가가 3% 급등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습니다. 잠재적 경쟁자인 테슬라는 전날 급락했고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과거 테슬라를 애플에 넘기려고 했는데 거부당한 적이 있다는 언급을 내놓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머스크 CEO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모델3를 제작하며 가장 암울했던 시절 테슬라를 애플에 팔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매각 시도는 팀 쿡 애플 CEO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머스크 CEO는 “쿡 CEO가 테슬라 매각을 위한 만남을 갖길 거절했다”라고 했습니다.
머스크의 트윗은 투자 리서치 회사 아크 인베스트의 브렛 윈턴이 애플의 전기차 진출에 관해 올린 트윗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사실이라면 이상하다”라고 평한 뒤 해당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는 애플이 자체 전기차를 내놓는 것에 대해 진지한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를 공개했다”라고 전했습니다. WSJ 등 언론들은 애플 측에 머스크의 트위터 글과 관련한 코멘트를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진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전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이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든다고 보도했습니다. 애플은 2024년까지 자율주행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생산은 2025년 이후로 밀릴 수도 있습니다. 애플은 저비용·고성능 배터리에 집중해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테슬라를 따라잡겠다는 목표입니다.
이 가운데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애플발 수혜를 받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카의 배터리로 국내 배터리 회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삼원계가 리튬이온 배터리가 아닌 리튬인산철 배터리(LFP)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또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를 주력으로 개발·생산하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들이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에 집중하는 이유는 다른 전지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을수록 전기차의 핵심 성능인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그동안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대한 연구개발 등을 등한시 해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LFP는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술개발이나 생산은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LFP 배터리의 한계가 분명하지만, 삼원계보다 장점도 있습니다. 바로 안전성입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비싼 니켈이나 코발트가 들어가지 않아 가격이 저렴합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모노셀' 디자인이 적용된 자체 배터리를 쓸 예정인데, 여기 들어가는 셀이 LFP 배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입니다. 애플이 LFP 배터리에 관심을 두는 것도 안전성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의 모노셀은 셀, 모듈, 팩 순으로 만들어지는 현재 배터리와 달리 모듈과 파우치를 없애는 형식이다. 모듈과 파우치를 없앰으로써 용량을 늘려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LFP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됩니다. 업계에서는 생산설비를 갖추기 위한 비용과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애플이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이폰이 100% 위탁생산 되는 것처럼 배터리 역시 설계만 하고 생산은 기존의 배터리 회사들에 맡길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현재로선 중국 CATL과의 협력이 가장 유력하다. CATL은 국내 업체와 달리 LFP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CATL은 애플의 모노셀과 비슷한 컨셉인 CTP(Cell-to-pack) 기술 등을 이미 개발한 바 있습니다. 다만 애플이 배터리 공급사를 다각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업체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또한 테슬라가 일반 모델과 장거리 모델을 따로 내놓는 것처럼 모델에 따라 배터리 전략을 다르게 가져갈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최근 LG전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는데, 마그나가 애플카의 개발 파트너로 거론되면서 배터리 납품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업계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애플이 단일 배터리 회사를 공급사로 가져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배터리 물량 소화가 가능한 국내 회사들을 모두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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